시/에세이
불량품
이 책은 최근 7년간「좋은 생각」과「행복한 동행」칼럼에 연재했던 글과 최근 새로 쓴 글을 묶은 것으로 봄, 여름, 가을, 겨울을 지내며 자연과 대화하고, 사람들과 마주하면서 발견한 삶의 이치와 인생의 기쁨, 희망, 행복, 사랑을 소곤소곤 속삭이고 있다. 가족과 이웃, 어린 시절과 젊은 시절의 추억을 소재로 한 글을 통해서는 그의 소박하고 맑은 정신세계를 만나게 해 준다. 현관에 헝클어진 신발에서 행복을 찾아내고, 아버지의 일기장을 통해 일상의 숭고함을 느끼며, 안과에서 처방 받은 인공 눈물을 통해 행복해서 울 수 있는 아름다움을 발견한다.
나는 너다
그가 깜박 꿈속 길을 걸어가 보니, 저쪽 강나루에선 아직도 그의 배가 도착하지 않았다고들 기다리고 있었습니다. 그는 눈을 떴습니다. 설핏 기울어가는 해 그리고 스산한 바람소리……. 그의 눈에 개울가의 물풀에 걸려 있는 종이배가 띄었습니다. ‘그래, 기껏 이 정도 내려와서 멈추고 말다니……’. 그는 삼십여 년 만에 허리띠의 눈금 하나를 졸라매었습니다. 다시금 종이배를 손보아 물결 위에 띄었습니다. ―〈종이배〉 중에서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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